헤일로 4 (2012)

헤일로 3 에서 완벽한 끝맺음을 했다고 생각한 스토리가 어느날 새로운 트레일러로 돌아왔다. 반짝이는 빛무리가 알고보니 시냅스였다거나, 아득히 먼 메아리처럼 들리던 음성으로 좀 더 빠르게 움직이는 빛무리가 모이는 순간, 메아리가 Wake up, John! 이라는 음성으로 확연히 들릴때의 그 놀라움이란. 이렇게 헤일로4의 기대감은 엄청나게 커졌었다.

 

거기에 중간 광고로 만들어진 실사 영상화, Forward Unto Dawn의 영상은 정말이지 마스터치프 그대로 등장하던터라 기대감이 엄청났다.

그동안의 헤일로는 번지소프트에서 제작하였고, 이후 판권을 마이크로 소프트가 사들인 후 343인더스트리에서 개발을 새롭게 시작하게 된 것. 아마도 당연히 그럴것이, MS의 Xbox는 헤일로머신이라고 불려도 손색없을정도의 간판타이틀이었으니까. 
뭐 이것에 대한 논란은 어마어마하긴 한데 일단 제쳐두고.

 

Wake up John!

헤일로 3의 엔딩에서는 반파된 여명호에서 마스터치프가 냉동수면에 들어가게 되고, AI인 코타나가 이후 급박하게 깨우기 시작한다. 이유인 즉, 선조의 구조물에 반파된 여명호가 끌려들어가고 있다는 것.
이후 UNSC의 인피니트호에 구조되며 선조인 다이드액트로부터 지구를 구하자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다이드액트, 국내판에서는 다이댁트라고 음역되는...

사실 선조의 떡밥은 과거부터 있긴 했으나 비중이 높지는 않고 숨겨진 요소로만 등장했기에 갑자기 뜬금없는 선조 이야기로 아주 당황스러웠다.
거기에 기존의 텍티컬스러운 각진 총기/방어구/차량 디자인들이 모두 둥글둥글한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으로 바뀌기도 했고 코버넌트 세력과는 평화조약을 맺었다고 완결이 났으나 갑자기 일부 '해적' 코버넌트 세력들이 나타나질 않나, 알 수 없는 선조 이야기들이며 뭐며 아주 혼란스러움의 극치였다.
실제로 엔딩을 네댓번이나 보면서도 대체 이게 뭔소리여.. 싶을 이야기가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놈의 뭔 버튼을 계속 누르라고 시키는 것인지. 그래픽은 확실히 XBOX 360을 풀 성능으로 갈구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였는데 생각보다 전반적인 스토리들이 조금 난해하다 싶었었다.
그래도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라면, 처음에 선조 구조물에 착륙한 후 함선들의 잔해를 벗어나 마주하는 그 평원씬은 정말이지 웅장할 따름. 멀티플레이는 잠깐 즐겼으나 영 재미가 없어 맛들리지는 않았었다.


헤일로 워즈 (2013)

이후 난데없이 찾아온 헤일로 시리즈의 RTS 이야기로 이게 대체 뭔가 싶었으나 일단 구매를 하게 되었다.
대략적인 스토리는 헤일로 사건(코버넌트 조우 및 리치행성의 파괴)의 약 20여년 전으로 하베스트 행성에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코버넌트를 마주하며 이들의 세력을 탈출하지 못하게 쉴드월드를 파괴하는 것. 소설에서나 접한 쉴드월드가 나오기도 했고, 패드로 무슨 RTS인가 싶었는데 의외로 쾌적해서 아주 놀라기도 했다.

 


그래도 전략시뮬은 영 내취향이 아니었던지 멀티까지는 하지는 않았던듯. 중간중간 나오던 실사화 컷씬이 아주 재미있었고, 스토리도 나름 괜찮아서 네댓번은 엔딩봤던 기억이 난다.
ODST 스킬을 사용하면 실제로 ODST 대원이 드랍포드로 강하하게 되는데, 이 스킬을 주로 사용했고 스파르탄 화력조의 분위기가 엄청나서 이 또한 자주 사용하기도 했었다.


추후, 헤일로 워즈 2가 발매되면서 더없이 행복했던 게임 중 하나.

헤일로 5 가디언즈 (2015)

어정쩡한 헤일로 4의 이야기를 뒤로하고 헤일로 5의 소식이 들려왔다. 공개된 홍보영상과 라디오 영상들이 기대감을 엄청나게 높혀주었다. 거기에 마스터치프는 배신자가 되었으며 해군정보국 ONI는 그러한 마스터치프를 체포할것이라는 내용. 이어지는 트레일러들에서는 쓰러진 마스터치프의 모습이라거나, 스파르탄 로크의 모습도 보이는 등 이 또한 대체 어떻게 흘러가는 것인지에 대한 떡밥이 무궁무진하게 쏟아졌다.
헤일로 4 에서 사용기한이 지난 AI 코타나의 썰이 풀려왔던터라 코타나와 관련된 것이라는 추측이 아주 신빙성이 있었으나...

 


대략적인 스토리로는 블루팀을 만나 임무를 수행중인 마스터치프에게 코타나의 환상이 보였고, 명령을 어기고 이를 찾아가게 된다. 이 와중에 코타나는 흑화하여 인류 AI들을 반란하게 만들었으며 코타나는 마스터치프를 자기네 편(?)으로 만드려 회유하지만 넘어오지 않았다. 명령 불복종에 따라 로크는 마스터치프를 쫓아가는 와중에 결국 선조무기인 가디언이 깨어난다는 것이 큰 스토리의 흐름인데... 대체 그래서 이게 뭔소린데 씹덕아, 소리가 절로 나오는 미친 수준의 스토리텔링이었다. 헤일로 4는 너무나도 많은 정보가 일시에 주입되는데다가 설명 또한 부족해서 문제였다면, 헤일로 5는 대체 이게 뭔소린지 정말 1도 모르겠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래서 로크는 왜 마스터치프를 쫓아다니는건지, 코타나는 왜 흑화를 한 것인지, 오시리스팀의 존재 의의는 무엇인건지, 그래서 블루팀은 어떻게 된 것인지 이 모든 이야기들에 궁금증만 남기고 엔딩이 나버린 것이다.


그나마 봐줄만한 점이라면 중간중간 인게임 컷씬이 아주 보기 좋을 정도, 말 그대로 헤일로 뽕 오지게 찰 정도로 좋았다는 것 뿐이며 그 개쩐다는 코버넌트들의 활동 인공지능 또한 퇴화할 정도.

 

워존 파이어 파이트 모드

그래도 헤일로 5의 스토리는 개막장중의 개막장으로 쫄딱 망해버렸지만 의외로 멀티플레이만큼은 정말 역대 헤일로 시리즈 중 최고였는데, 워존이라는 대형맵이 등장하면서 24인 멀티플레이를 지원한다거나 하는 식으로의 재미는 확실했었다. 비록 클래식 헤일로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스피디한 헤일로라서 비판은 상당히 많았지만 워존이라는 모드로 팀vs팀으로 싸우건, 팀vs코버넌트로 싸우건 뭘 해도 재미가 있었으니 이거 하나만으로도 500시간을 넘게 플레이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 단순한 인게임 무기가 아니라 각종 설정을 덕지덕지 붙인 특수능력 무기들이 많이 등장하다보니(물론 포인트 뽑기가 있어야 하지만) 워존모드에서 이걸 사용하는 재미 또한 쏠쏠한 편.

 

헬멧, 바이저, 갑옷등의 수백가지 조합을 제공하는데 이마저도 게임 내 재화로 구매가 가능하다니

사후지원도 역대급이었는데, 이 사후지원으로도 많은 멀티플레이어들이 존재하며 지금도 멀티서버가 운용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패치로는 인피니트의 무기고라는 패치로, 그 악명높은 헤일로1의 피스톨(두 발이면 죽는..)과 헤일로2 의 반동없는 배틀라이플이 패치되었었다. 지금도 헤일로5 멀티를 뛰고 싶을 정도이다.

이렇게 욕을 먹었으니 다음 헤일로는 괜찮겠지... 싶긴 했는데, 저렇게 수많은 떡밥들을 잔뜩 뿌려놓고 어떻게 회수할지가 아주 걱정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었지만.

 

헤일로 워즈2 (2017)

헤일로 워즈의 스파르탄 컷씬을 생각나면 돌려보고 아주 가끔 헤일로 워즈를 새로 플레이하면서 워즈뽕을 채울 무렵, 헤일로 6에 대응하는 스토리로 헤일로 워즈2가 발표되었다.

헤일로 워즈의 약 30여년 이후, 헤일로 5의 1년 이후로 정신차려보니 스피릿 오브 파이어가 아크위에 표류중, 거기에 아크 표면에 구조신호가 잡힌것을 시작으로 브루트 세력인 배니쉬드와의 접점 - 헤일로 가동 -을 주로 다루고 있다. 이후 DLC 추가판까지 더하자면 배니쉬드의 지휘관이 실수(?)로 플러드를 깨우고 이를 저지한다는, 지극히 헤일로 스러운 스토리이다.

 


둥글둥글한 343 인더스트리의 디자인과는 다르게 기존, 그러니까 번지 소프트의 각진 디자인으로 총기와 아머, 차량의 디자인이 변경되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당시 앞으로 나올 헤일로 인피니트까지 모두 기대가 되던 상황.
거기에 공개된 컷씬, 스파르탄이 브루트에게 쳐맞으면서 후퇴하는 모습은 일전의 헤일로 워즈에서 보여준 스파르탄 무쌍과는 전혀 대비되는 와중에, 이 브루트 세력이 헤일로 인피니트에도 나온다고 하니 기대가 안될래야 안될수가 없었다.

 

적을 죽이고, 포인트를 얻어 새로운 유닛을 얻는 블리츠 모드

헤일로 워즈에서도 마찬가지로 블리츠 모드가 아주 재미있었다. 여러명이서 하면 더 재밌지만, 혼자서도 어느정도는 즐길 수 있는 게임모드인데 사생결단과 같이 스테이지별 끝없는 적들을 죽이는 모드라고 보면 된다.
여러모로 시간때우기도 좋고 재미도 있는 모드라서 한 때 이 모드만 엄청나게 즐기기도 했었다.
더 많은 스토리를 DLC로 풀어낼 예정으로 보였으나, 그러지 못해서 매우 아쉬운 작품. 추후 헤일로 워즈3가 나왔으면, 하는 기대감이 아주 크기도하다.

+ 여담으로, 그 많은 물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운용되는건지, 스피릿 오브 파이어가 크지 않아보이는데 불구하고 차량들이나 보병들이 엄청나게 많이 등장하는게 그냥 재밌고 신기할 따름이다.


헤일로 인피니트 (2021)

그리고 말도많고 탈도많고 논란도 많은 헤일로 인피니트가 발매되었다. 발매되기에 앞서, XBOX Series X/S 콘솔 게임기기가 새로나왔으며 훨씬 오래전의 슬립스트림 엔진 테크영상으로 헤일로 인피니트의 내용이 일부 테크데모로 풀리기도 했었다. 과거 헤일로 4, 5와 헤일로 워즈2의 스토리와 어느정도 연계가 되는 만큼, 우주적 존재로 거듭난 코타나와 혼돈/파괴/망가로 혼란스러워진 스토리가 어떻게 정리되는지도 궁금해졌다.

 

우리가 기억하는 주임원사님의 모습 그대로

거기에 공개된 아트워크상으로는 기존의 둥글둥글한 디자인 대신, 각진 디자인으로(클래식 헤일로) 변경되는만큼 팬들의 기대감 또한 높아진데다가, 점점 더 공개되는 정보들에 따르면 오픈월드 헤일로니 클래식 헤일로의 흐름을 따라갔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아직도 사고싶은 한정판 에디션이긴 하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헤일로 인피니트는 대한민국에서 정식 패키지 발매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와 동시에 해외에서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매진이 된 헤일로 인피니트의 소장 한정판마저 출시되지 않았다. 이로인해 나는 일본 아마존을 통해 헤일로 인피니트 패키지를 구했다.
게임 발매와 동시에 운이 안좋게도(?) 코로나에 걸려 약 10일간 집에만 있어야했고, 그 사이에 헤일로 인피니트의 엔딩을 보아왔다.

 

최강의 마스터치프가 제압당하다니

그러나,
이전에 보여준 헤일로 4, 5편의 이야기는 그저 컷씬 하나와 대사 몇줄로 처리된것이 고작이었다. 비중이 아주 많았던 헤일로 5의 오시리스팀과 로크중령은 사라졌다. UNSC 인피니티호는 그냥 컷씬에서만 등장할 뿐이고 헤일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적이었던 에이트리옥스 또한 초반부 컷씬에 잠깐 등장하더니 죽었다는 한줄로 처리되고만다.
거기에 코타나가 깨운 가디언들은 그냥 또 없어졌다 -_-; 이쯤 되면 대체 이 게임의 스토리는 어떻게 흘러가는것인지 도저히 알 수 없을 정도.

 

풍광을 보는것은 좋으나...

07시설 제타 헤일로에 불시착(?)한 마스터치프가 흩어진 UNSC의 병력을 규합하며 07시설 제타 헤일로를 복구하려는 베니시드를 와해시킨다는것이 큰 스토리로, 중간에 만나는 AI 무기(weapon; 코타나 복사본)와 함께 메인스토리를 이끌게 된다. 알고보니 코타나가 막판에 개과천선해서 07시설 헤일로의 구조 일부를 폭파시켰다는 이야기라거나, 엔딩에서는 선조 엔드리스가 깨어난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있긴 한데... 스토리 DLC가 취소된 마당에 뭐 어떻게 흘러갈지는 이제 아무도 알 수 없게 될듯하다.

 

AI 무기

헤일로 팬으로써 아주아주 화가나고 짜증나는 포인트가 이 편에서 폭발하게 되었는데, 클래식 헤일로 시리즈부터 시작해서 각 편마다 약간의 시간차와 이어지지 않는 서브스토리가 존재하기는 했다. 
헤일로 1-2 사이의 이야기들은 특히 죽은 줄 알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있지? 하는 이야기들인데, 이 이야기는 몰라도 다음 헤일로를 즐기는데에 큰 무리가 따르지 않았다.
그런데 헤일로 4-5편, 헤일로 5-인피니트의 간격은 너무나도 말이 안되는것들 투성이였다. 그래, 백번 양보해서 나노입자로 만들었기 때문에 마스터치프의 묠니르 방어구들이 모두 새롭게 업그레이드되고 디자인되었다고 치자, 그놈의 선조는 갑자기 뿅 하고 사라져서 어디론가 사라지질 않나, 정신병걸린 시한부인생 코타나는 전 인류를 말살시키겠다고 설치며 UNSC를 폭격하질 않나, 그러더니 갑자기 나타나서 가디언들을 없애고 헤일로가 가동되는것을 막겠다며 복사본을 만들고, 헤일로를 뽀개더니 저는 죽었어요를 시전한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말들만 지껄이는건지.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설과 코믹스를 읽어야한다는 것 또한 말이 안되고, 갈팡질팡 중구난방의 스토리는 어째 헤일로4 이후로도 그대로 아니 더 심해졌다. 여기에서 정이 뚝 떨어져버린 것이다.
오픈월드 장르가 요 근래 게임계에서 흥해서인지 아니면 헤일로 1의 오마쥬(실제로 헤일로1을 오마쥬한 포인트가 엄청 많긴 하다)로 이렇게 만든것인지는 모르겠다만, 그 넓은 헤일로에서 할 것이 없다. 보스급 적들을 다 죽이고나면 리스폰도 되지 않기에, 더 할것이 없어지고만다.

 

PC / XBOX 크로스 멀티플레이는 좋았으나,

그래도 멀티플레이는 잘 만들었겠지 하며 한동안 재밌게 멀티플레이를 즐겼는데 거진 반년 동안 제대로 된 업데이트 하나 없는 멀티플레이에 그만 많은 팬들이 실망하고 말았다.
헤일로5에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준 워존/사생결단 모드가 없어졌고, 수많은 슈퍼웨폰들로 난전을 즐기기 좋았던 빅팀 피에스타모드 또한 헤일로 인피니트에는 없었다. 출시되고 2년, 이제서야 사생결단 모드가 시즌 내에 업데이트가 된다고 할 정도면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게임을 만들어낸 것이지?
이렇게 헤일로 인피니트는 XBOX를 사게만든 내게 있어 아주 큰 실망감을 안겨준 작품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헤일로를 내 마음에서 놓아줄 때가 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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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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