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내가 아기 젖병 및 장난감 소독 용도로 4만원 정도의 자외선 소독기를 구매했다. 25리터의 크기정도 되는 것이었다. 그 물건에 대한 디스가 될 것 같아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만 가격에 비해 수납용도가 상당히 적어서 직접 만들어보려 했었다. 그래서 알아본 것은 UV LED를 80리터 정도 되는 리빙박스에 설치하는 것. 여기에 시간적 여건이 허락한다면 아두이노를 달아서 타이머 기능까지 구현하려 했었다. 그런데, 많은 문제점을 알게 되었다.

 

1. 분석

위에서 구매한 상품도 그렇고 자작하려던 UV LED도 그렇고. 일단 UV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었는데 내가 알 지 못했던 많은 부분이 눈에 띄게 되었다. 일단 UV는 크게 세 종류로 구분이 된다.

 

LG 공식 블로그 발췌 ; http://www.lgblog.co.kr/innovation/116197

위에서 보다시피 UV-A, B, C의 세 종류 파장이 존재하며 각각의 파장별로 사용 용도가 현격히 다른 점이었다. 그렇다면, UV-A 파장은 살균력이 전혀 없을까? 답은 그렇다, 였다. 약 2일간에 걸쳐 많은 자료를 찾아보았는데 310nm 파장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면 살균력은 거의 미미한 편에 가까웠고, UV-A(405nm 파장)는 살균이라기보다는 박테리아에 존재하는 포피린 물질 분해를 통해 박테리아를 죽이는 작용을 하는, 일종의 간접살균 방식이었다. 반면 UV-C 파장은 세포의 DNA를 파괴해버리는 파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UV-A 파장의 소독기는 대부분 권장 소독시간이 시간 단위로 책정됨을 알 수 있었으며, UV-C 파장의 소독기는 대부분의 권장시간이 분 단위로 책정이 되어있었다.. 여기서 하나 더, UV는 플라스틱이나 유리, 금속 등 대부분의 물질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점. 특수하게 제작된 소재들을 통과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석영유리가 있다. 석영유리는 다른 유리들과 다르게 90% 이상의 투과율을 보인다는 점. 그렇다면 위의 제품은 더욱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 아닐까? UV-A LED를 사용하는데다가 그 LED 앞에 불투명 플라스틱이 있으니까. 여기서부터 저 제품의 신뢰도는 급감하게 되었다.

 

2. 설계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UV-C LED를 사용해서 만들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UV-C LED를 구하려 봤지만 판매하는 업체 자체가 극히 적은데다가 칩 하나당 약 4500원의 고가였다. 반면 UV-A LED는 50cm 30구 LED바가 약 5천원, 아 이거 참 비교가 많이 되는구나.

헉 소리가 나오는 UV-C LED

여기저기 구글링을 해보아도 UV-C LED로 자외선 소독기를 만드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다. 아니,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래서 생각을 좀 넓혀보기로 했다. 까짓거, UV Lamp는 어떨까. 그렇게 UV Lamp로 눈을 돌렸다.

 

UV Lamp는 생각보다도 자료가 풍부했는데 UV LED가 개발되기 전 까지 주력으로 사용하던 제품이기에 그런갑다, 싶었다. 램프에도 UV 파장이 제각기 나오긴 하는데 보다 확실하게 UV-C가 체크된 제품으로 골랐다. 여기에 UV Lamp가 사용될 소켓(등기구)까지. 그리고 형광등과 같은 구조로 되어있으니 안정기까지 구매했다. 아, 80리터 리빙박스를 구매하는 건 당연한 것.

 

UV Lamp는 다양한 길이별로 판매가 되고 있는데, 길이별로 사용이 가능한 등기구가 다르니 필요한 길이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우에는 리빙박스 뚜껑에 부착할 용도(G8T5)로 길게 설계했다.

당연하게도 길이에 따라 소비전력은 달라지고, 등기구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T규격 등기구를 구매할 때의 주의사항은 별도 규격의 전원 케이블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나의 경우에는 스위치가 달린 전선을 같이 구매해서, 전선을 연결해주고 사용하는 중. 이렇게 되면 모든게 끝이다.

 

3. 구매 및 자작

모든 설계(랄 것도 없는)가 끝났으면 제품들을 구매한다. 내가 구매한 제품들은 다음과 같다.

산요 G8T5 UV-C 램프(2개, 개당 4,900원) - https://smartstore.naver.com/sanyo-uv/products/303112026

(안정기 내장 등기구 사용시 필요없음) 산요 자외선 안정기 2등용 (1개, 19,000원) - https://smartstore.naver.com/sanyo-uv/products/663493605

스위치 달린 전원 케이블 (1개, 2,500원) - https://smartstore.naver.com/ilwollighting/products/750912747

(테스트실패) 공대 T5 등기구 (2개, 개당 1,000원) - https://smartstore.naver.com/ilwollighting/products/4598189386

(테스트성공) 시그마 T5 등기구 (2개, 개당 3,500원) - http://item.gmarket.co.kr/detailview/item.asp?goodscode=189656563

에코 리빙박스 80리터 (1개, 18,900원) - https://smartstore.naver.com/n-plastic/products/310682570

구매총합 59,200원 - 테스트용 포함 모든 구매비용

실질총합 38,200원 - 제작하는데 필요한 부품 구매비용

(인건비 980,000원 별도)

 

모든 제품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작업하기 시작했다.

산요, UV-C 램프

 

안정기와 스위치, 등기구와 램프를 체결한 후 테스트 샷
등기구와 안정기를 리빙박스에 체결
잘 나옴. 캬캬캬캬

여기까지 사진을 찍어두고나서 테스트로 5분정도 켜놨는데 갑자기 펔 소리가 나더니 탄내가 나기 시작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채이다.

하나의 등기구가 완전히 작살났는지 아예 불이 들어오질 않았던 점이 문제였다. 거기에 외부에 노출된 안정기가 좀 불안하기도 하고. 고장난 등기구를 분해해보니 안정기로 추측되는 전자부품들이 잔뜩 있었다. 그리고 일부 부품은 과다 전력 공급으로 부품이 타버렸는지 탄내가 진동했다. 아 이거, 혹시 안정기 내장형 등기구인가 -_-;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아무리봐도 등기구에는 관련 설명이 존재하지 않는데...? 멘붕이 오던 순간이었다.

 

그래서 안정기 내장형 T5 등기구로 다시 구매를 하고, 안정기를 없앤 채 동작하는 구조로 가져가게 되었다.

 

4. 후기

UV-C 파장은 상당히 위험하다. 200nm 이하 파장에서는 오존을 만들어내네, 피부암 발병원인이네, 직접 보면 눈 시력을 상실하네 어쩌네 하는데 그건 주의를 요하면 되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어차피 앵간한 플라스틱은 투과하지 못하는데다가, 8w 정도로는 1m 거리의 살균력밖에 없으니 크게 무서워 할 것도 없다. 안전하게 스위치를 내리기만 하면 즉시 살균효과가 사라지니까.

 

여기에 안정기의 체결방식에 대해서도 공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뭐 부품좀 하나 날려먹고 합선도 되어보고 해야 하나씩 경험치가 쌓이는 듯. 되먹지못하게 설명서가 난잡해서 회로를 이상하게 체결하기도 했었고, 테스트 한다고 날선을 합선시켜서 차단기도 내려가보는 경험을 이번에 모두 하게 되었다. 어찌보면 안뒤진게 신기하다, 싶을지도.

 

만들어낸 물건에 대한 소독력은 사실 세균을 직접적으로 테스트 할 수는 없으니 확실하게 소독이 완료되었는지는 알아보기가 어렵다. 그래도, 학교나 식당에 있는 컵 소독기와 같은 냄새가 애기 장난감으로부터 솔솔 풍기는데다가 80리터 정도 되는 초대형이다보니 보다 안심하고 편하게 쓸 수 있겠다. 다만, UV 특성상 파장이 닿는 부위에 대해 살균이 되는 원리이므로 5분에 한 번씩 다른 면의 장난감을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쓰고 있다. 이는 나중에 리빙박스의 각 면에 반사체를 설치하는 방향으로 고민중인데 아직 거기까진...

 

덕분에 UV 소독기의 원리 및 구조에 대해 알게 되었고, 세상에 물건으로 그럴싸하게 사기치는 사람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UV-A는 몇시간? UV-C는 몇분이면 충분하다. 여기에 UV 소독기 관련 물건들의 정확한 스펙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도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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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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