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어장 사생활 2015. 7. 30. 16:09

요새는 영화라면 사족을 못쓸 정도로 영화를 많이 보러다니는데 이렇게 영화를 좋아하게 된 건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관이라는 그 장소와, 영화를 볼 필요성을 잘 모를 정도로 관심이 없었다.

내 생애 첫 영화관은 쥬라기공원이 개봉하던 93년, 그러니까 내 나이로 7살이었을 때였다. 아부지가 공룡 나오는 영화라며 나를 손붙잡고 데려가주었던 서산극장. 그 당시 내 고향에 있던 두 개의 영화관 중 하나인 서산극장은 지금의 멀티플렉스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영화관이었다. 아니, 영화관이라기보다는 공연장에 더 가까웠다.


구식 버스터미널에서나 맡을 수 있는 지린내와 손때가 그득하기에 잡고 있기만 해도 불쾌함이 전해지는 좌석 팔걸이. 사람이 손수 그린 영화 포스터가 외관에 내걸려있었고, 군데군데 얼룩이 져 있던 그 영화관의 의자에 앉아 봤던 쥬라기 공원. 어릴때의 남는 기억으로는 우리에 랩터를 넣다가 사고가 났던 그 장면(랩터가 눈을 부라리며 쳐다보던)과 랩터와 한바탕 싸움질을 했던 극 후반부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너무 어릴때의 일이라 문제였는지 오히려 중간에 졸았던 기억도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대체 아버지는 왜 나를 그런 잔인한 영화를 보러가자 하셨는지 이해가 안갈정도.(물론 아부지는 모르셨겠지 ^^;)




(이미지 출처 : http://www.lost-world.com/Lost_World02/Jurassic_Park.Site/stills/0630_07.GIF)


그 이후에도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가 개봉을 하면서 영화관에서 보려고는 하였지만, 그러한 불편함과 단 두개의 상영관을 가지고 있었기에 시간적 여유가 맞지 못해 보지를 못했다. 중학교 2학년 무렵에 친구와 함께 본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이 유일하게 기억에 남을 정도였다. 그러한 상황이다보니 자연스레 영화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고, 고등학교에 재학중일 때 완공된 멀티플렉스가 유일한 서산의 메카였고 핫플레이스였다. 

오락실과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장소, 비록 넓지는 않았지만 도시의 신진문물(?)이 들어왔다는 사실 하나로 청소년기에 그곳에서 그나마 많이 영화를 보았었다. 그래도 기억에 남을 정도의 영화는 보지 않았었고, 대학에 진학하고 군대를 다녀오는 와중에도 영화는 크게 보질 않았더란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비롯해 망작 취급을 받는 20세기 소년, 기억에 남지도 않는 몇몇 영화를 비롯한게 2013년 까지 영화를 본 전부. 다운받아서 본다는 생각보다, 다운받아서 볼 필요성 조차 깨닫지 못했던 때였다. 그사이 놓친 수많은 영화들을 생각하면 지금와서 왜 그 영화들을 영화관에서 보질 못했는지 슬프기만 하더란다. 이랬던 내가 변하게 된 건 단순히 동생의 덕이 톡톡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4살 터울에 있는 여동생은 엄청난 영화광이라 지금까지 본 모든 영화들의 종이티켓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는데 그 수가 무려 300여장을 훌쩍 넘는다. 영화에 대해 전화로 이야기를 하다가 그 사실에 자극을 받아 "어차피 솔로인데 주말에 할 것도 없고 새로운 취미생활로 영화관을 다니면서 직장인의 카드파워를 보여주겠다" 는 말 하나로 시작, 근처의 영화관에 주말마다 가서 영화를 최소 한 편, 길게는 두세편까지 연달아 보고 오는게 일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2012년. 그당시 교제중인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주말마다 집에서 게임하기도 귀찮았으므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영화관은 롯데시네마였고, 롯데시네마에서는 종이티켓으로 티켓팅을 하는 터라 그곳을 다니기로 했다. 그러면서 보았던 많은 영화들. 트랜스포머 3를 비롯해 겨울왕국이니 퍼시픽림이니, 분노의질주에 위대한 개츠비, 스타트렉, 아이언맨 등, SF로 유명했던 모든 영화를 시간이 날 때 마다 가서 관람하는게 취미이자 삶의 낙이 되었었다. 그러면서 하나하나 종이티켓이 쌓이는 그 재미도 쏠쏠했다.





허나 1년이 좀 안되었을 무렵. 영화광의 천국이었던 롯데시네마의 종이티켓도 영수증으로 변하고 말았고, 그 상실감에 빠져 영화를 안보기도 했었다. CGV의 포토티켓을 알아보기 전까지는.

기존에는 포토티켓이 엽서크기로 매우 컸지만 공짜였다고 한다. 자기가 입맛대로 꾸밀 수 있는 포토티켓이 신용카드 크기의 플라스틱 카드로 변하고 장당 1천원으로 변한것도 요 근래의 일이라고 한다. 이 포토티켓을 모으는 재미로 영화를 다시 보기 시작했고, 나름 유명하고 재미진 영화다 싶으면 무조건 영화를 보기도 했었다. 심지어 회사에서 야근을 한 후에 영화관에 달려가 영화를 보고, 막차를 아슬아슬하게 놓칠 뻔 하기에 걸어서 10여분이나 되는 거리를 미친듯이 뛰어가 막차 지하철을 타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어릴 때 본 영화들이 리부트(를 가장한 리메이크)를 하며 요사이의 내 눈을 즐겁게 만들어주고, 반대로 어린 시절에 알게 된 많은 매체들(트랜스포머라거나 윌리윙카의 초콜릿 공장이라거나..)이 영화로 재탄생하면서도 그저 행복하고 재미있었다. 어릴때 보던 책에서 상상된 내 생각. 그 생각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그래, 내가 저걸 생각했어! 나만 생각한 것이 아냐! 라고 소리지른 부분도 많았고 이런 과정에 내 생각이 그 감독에게 정답이라며 칭찬받는 기분이기도 했다. 정말로 묘한 기분이었다.





영화티켓의 값이 올라가긴 하지만, 그곳에서 얻는 재미와 감동에 비할 바가 되질 못한다. 아무리 화질이 좋은 모니터와 좋은 스피커를 들여놓아도 영화관의 심장떨리는 그 사운드와 시각적 만족감을 받질 못했다. 그래서 영화를 볼 때는 최대한 예고편도 멀리하고, 바로 상영관에 직행하여 그 감동을 고스란히 받고 싶어한다. 때때로 페이스북을 보자면 영화공유를 한다는 페이지를 보고는 한다. 영화관에서 아주 재미지게 봤던 그 영화가 벌써 공유가 된다기에 깜짝놀라 그 링크를 확인해보니, 아니나다를까 상영관에서 캠코더로 녹화한 일명 "캠화질" 영화였다. 소리도, 화질도 아주 엉망인 그러한 영화. 절대로 영화관 부심을 부리자는것은 아니고,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면 그보다도 훨씬 재미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아이맥스 티켓이 상당히 비싸다. 자리당 1.8만 정도로 상당하다. 둘이 보면 3.6만이니까, 데이트 할 때는 영화비용을 내가 다 내는데 이게 의외로 무시못할 정도로 크다. 일반 상영관은 2D냐, 3D냐, 4D냐에 따라 다르지만 약 9천원부터 1.4만(?) 정도로 편차가 살짝 난다. 한 자리당 커피 두세잔, 적게는 술 한번 덜 먹으면 두어시간을 재미지게 보낼 수 있는데 영화관에 투자하는 그 비용이 그렇게나 아까울까, 하는 생각도 든다.

뭐 사람마다 다르니까, 돈이 아까울수는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제돈주고 영화보는 사람까지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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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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