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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우연의 기회로 평생의 연인을 찾고 싶은 마음 쯤 하나, 있을거다.
나만 해도 과거에는 위아랫집을 이웃으로 둔 친구를 연인으로 맞이하거나 혹은 군 간부의 딸, 버스 및 기차여행등에서 옆자리에 앉은 여성과의 만남 등 별의 별 상상을 다 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어쩌겠는가, 현실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데. 기대하며 탔던 버스는 옆자리에 할아버지 혹은 갓 휴가나온 군인만 앉을 뿐이고 기차여행 때에는, 아 한 번 있었구나. 아리따운 아가씨가. 하지만 그녀는 남자친구가 있었고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가는 내내 잠만 퍼질러 잤었다. 전화벨 소리가 크게 울리고 내가 흔들어 깨웠지만 일어나지 않았고, 내릴 때가 되어 내가 먼저 일어났지만 그녀는 내가 내린 다음에서야 허겁지겁 내린 모습만 떠오른다.


전차남. 이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풍겨나오듯 전차에서 비롯된 만남을 말 한다.
스포일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기에 중심줄거리만 말 하도록 한다.

한 명의 오타쿠가 있었다. 22년째 모태솔로인데다가 여자 앞에서는 말도 못하는, 그러나 후덕한 몸집에 두꺼운 안경, 족보도 없는 헤어스타일과 옷 스타일. 촌티작렬에 쳐다도 보기 싫을 그러한 오타쿠였다.
그러나 어느날 전차에서 취객으로부터 한 아가씨를 구해(?)내고 전차남은 자신의 ID를 전차남으로 한 채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올린 데서부터 시작하였다.

수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전차남의 글, 그리고 연애 한 번 못해본 그에게 많은 네티즌들은 좋은 조언을 해주었다.
이런 옷을 입고, 머리는 깎고. 렌즈를 껴라.
좋은 레스토랑이 여기에 있고, 이러한 말을 해라 등.

그렇게 그는 에르메스라 불리우는(왜 그 여자가 에르메스로 불리는지는 영화를 보면 잘 알것이다.) 여자와 극적으로 사랑에 성공하고.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하지만 이게 오타쿠를 위한 영화라는 것에는 난 동의하지 않는다.
일부 평론가들이 쓴 글을 보자면 오타쿠를 위한 영화... 라고 하던데 그들이 그렇게 쓴 것은 단순히 주인공이 오타쿠이고 연애 한 번 못해보았으니 오타쿠도 힘을 내라 라는 식으로 쓴 글일지 모르겠다만, 적어도 내가 본 것에서는 다음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위에서 설명한 중심 내용 중 많은 네티즌들이 조언을 해주었다고 했는데, 그들도 그들만의 사정이 죄다 있었다.
가령 헤어진 옛 연인을 잊지 못하는 한 여성과 별거상태로 지내는 부부, 연애 한 번 정도 해 본 남성 3인방 등 수많은 등장인물이 출연한다.

그들은 전차남에게 자신 나름대로의 조언(을 가장한 자신들의 꿈꾸던 바램과 목표)을 해주며 그들 나름대로 전차남의 글에 힘을 얻어 그들의 생활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다.
바로 헤어진 옛 연인은 그 남자의 사진을 날리며 후련해하는 모습에서, 별거한 아내에게 선물을 사주며 서먹한 관계를 깨는 모습들과 같이 그들은 자신을 되찾기 시작한다.
바로 이 영화가 말 하고자 하는 것은 오타쿠의 성공 연애 스토리가 아니라 오타쿠의 사랑으로부터 힘을 얻은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를 말 하고자 하는 것이다.


연애장면으로만 보자면 참으로 갑갑하기 그지없는 구석이 참 많지만 한 번 정도 되살펴보자.
우리는 인터넷에서 익명성의 가면을 쓴 채 누군가로부터 조언을 구하지는 않았는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 주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 한 적은 없는지.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을 되찾은 후에 자신을 발전시킨 적은 없는지.
한 번 이라도 그러한 경험이 있다면, 이 영화는 당신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연애 이야기만 깔린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당신은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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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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