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설명 : 로딩화면에도 등장했던 히드라리스크. 그의 발밑에 놓인 해골을 보고 어릴적엔 무서워했지.)


지금까지 작성한 손노리의 게임외, 대부분의 PC 게임은 고등학생때 까지 했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지칭하는 PC 게임이란, PC 패키지 게임을 일컫는다. 초등학교 5~6학년 때 까지는 나름 유명했던 '파랜드 택틱스 1,2,3' 시리즈나 '일렉트로닉 퍼플', '은하영웅전설5', '스타크래프트 오리지널', '롤러 코스터 타이쿤 2', '시져3', 'C&C 타이베리안 선' 정도를 했다. 물론, PC 온라인 게임은 다음 기회에 다룰 예정.

일전에 작성하였듯,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운좋게 전교 2등인지 4등인지를 해서 컴퓨터를 처음으로 사게 되었다. 처음으로 구입한 게임은 '스타크래프트 오리지널'. 이후 'C&C 타이베리안 선'과 함께 '은하영웅전설5' 까지 정품으로 구입하기에 이르른다. 내가 기억하기로 이당시 패키지 게임은 약 3.8만 정도였다.



1. show me the money의 시초,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98년~05년 플레이)


(이미지 설명 : 내가 구입한 버전도 이러한 일러스트로 존재했다. 아니 테란은 좀 달랐던가.)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는 지금도 죽여주게 유명한 게임 시리즈다. 오죽하면 이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하나로 직업군이 수십종류나 생겼으니 말 다하지 않았을까. 수많은 아르바이트 자리라거나 자영업자들을 탄생시킨 죽여주는 게임. 뭐 지금은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새로운 게임에 자리를 많이 밀렸으나, 10여년동안 굳건히 자리를 차지한 걸 보면 오히려 이게 이상한거다.

98년 오리지널을 시작해서 같은 해에 브루드 워가 확장팩으로 발매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즈음(99년)에 전국에 스타크래프트 및 PC방 붐이 일어났다. PC방이라는 이름을 살짝 비꽈 만든 물고기방(Fish방) 이라는 개그가 통용되기도 했던 시기이다. 친구와 함께 학교를 마치고 PC방에 가서 처음으로 네트워크 대전을 했었다. 이당시만 해도, 어두침침한 분위기의 PC방은 마치 동네 '오락실'과 같은 어둠의 다크한 포스를 마구마구 내뿜고, 전좌석 흡연구역을 실시하는 시간당 3천원짜리의 무지막지하고 무서운 곳이었다. 그런 분위기상, 당연히 초등학생이 접근하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이당시만 해도, 오락실은 불량청소년의 아지트였다.)



(이미지 설명 : 이런것과 같이 무한맵만 주구장창 했다.)


하여튼, 친구와 함께 스타크래프트를 했는데 뭘 알아먹어야 말이지. 난 그저 미사일 터렛만 잔뜩 짓다가 친구의 캐리어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었다. SVC를 4마리로 하루죙일 미네랄과 가스만 캐다가 미사일 터렛을 짓던 초6의 나. 그저 안습했었다. 이 일을 기점으로, 앞으로도 몇년간 전략시뮬레이션은 손도 안대게 된다. 물론, 스타크래프트 배틀넷은 그저 커스텀 맵 플레이 용도(주로 브루드 시리즈)만 했을 뿐이다. 10여년 동안 1위를 한 게임이나, 전국적으로 수많은 알바생의 월급을 주도록 만든 게임이라고 해봤자,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다. 



(이미지 설명 : 아니면 이러한 맵 구성으로 되어있는 각종 유닛의 블러드를 즐겨하거나.)


이 게임으로 인해서 날 설정덕후로 파고들게 만들었는데 그 이유인 즉, 당시의 게임들은 두툼한 매뉴얼을 동봉하고 있었고 그 매뉴얼들은 반은 게임 시스템을, 반은 게임 설정들을 수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테란이 생긴 이유와 저그가 생긴 이유. 프로토스가 생긴 이유 등. 매뉴얼이 너덜너덜해질 때 까지 읽었고 이후에는 스타크래프트 관련 설정을 찾아보는데 혈안이 될 정도였다.

꽤 오래전에 발매된 '스타크래프트2(2010년)'는 자막/음성더빙 한글화로 출시가 되었지만, 이 게임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후 한글패치가 존재했지만 그것까지 찾아서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무관심했기에 나름 아쉬운 부분. 만약 스타크래프트가 한글화가 되어서 각 미션의 내용이나 스토리를 꿰찰 수 있었다면 지금의 내가 '헤일로 시리즈'에 빠져들듯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에 빠져들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2. 가치를 알지 못했던 게임, C&C의 타이베리안 선(99년~01년)


(이미지 설명 : 타이베리안 선의 UI)


'커맨드 앤 컨커 : 타이베리안 선'도 비슷한 시기에 구매를 했었다. 스타크래프트와 비교되는 점이라면, 게임 진행 속도가 스타크래프트에 비해 상당히 느리고 불편한 UI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게임의 숙련도 차이일지는 모르겠지만, 좌우로 구분되어있는 타이베리안 선과 상하로 구분되어있는 스타크래프트. 거기에 훨씬 높은 사양에(물론 그만큼 그래픽은 조금 더 좋았다) 높은 난이도의 인공지능은 초등학생부터 중학생이었던 날 끊임없이 괴롭히기만 했다. 타이베리안 선은 스타크래프트에 비해 그다지 유명하지 못했다. 타이베리안 선의 대회 규모만 보아도 몇 없었으며, TV 에서는 오로지 스타크래프트의 이야기로 가득했으니까. 당시의 내 PC로는 제대로 구동할 수 없기에 명절때마다 할아버지 댁에서 플레이를 하는 선에서 그쳤었다.

자원으로는 '타이베리움' 이라 불리는 광물이 존재하고, 스타크래프트의 SCV와 같은 개념인 '하베스트' 라는 트럭같이 생긴 유닛이 타이베리움을 긁어모아오는 것으로 자원을 채취한다. 타이베리움에 독성이 존재하기에 일반 보병 유닛이 그 필드 위를 지나가게 되면 일정 데미지를 입는것은 나름 신선한 충격.



3. 국산 RTS의 처음과 끝을 자리매김한, 임진록 시리즈(00년~01년)


(이미지 설명 : 임진록 1 의 게임 플레이. 체력이나 방어력, 공격력 등이 수치가 아닌 그래프로 표현되어있는 점이 특징.)


이 즈음, 국산 토종 전략시뮬레이션으로 임진록 시리즈가 유명했다.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게임으로 조선과 일본만이 존재한 '임진록(1997년)'과 조선, 일본, 명나라의 삼국으로 확장된 '임진록2(2000년)'이 있었다. 이후, 확장팩 개념으로 '임진록2+ 조선의 반격(2001년)'도 출시되었고, 같은 엔진으로 제작한 '천년의 신화' 나 '이스트'도 출시가 되었으나, 임진록 시리즈와 다르게 묻혔다.

정식 패키지를 구입한 것이 아닌, PC 게임 잡지 번들로 플레이를 했었고 스타크래프트보다는 C&C 시리즈에 영향이 가듯, 임진록은 좌/우 UI 배치로 구성되어져 있었다. 단축키도 크게 존재하지 않았던 그러한 게임. 그리고 천재지변이라는 요소의 도입으로 인해, 비가 오면 감자가 더 빨리 자라고, 천둥번개가 치면 일정 유닛의 데미지에 영항을 주거나 필드에 불을 붙일 수도 있었다.



(이미지 설명 : 임진록2+ 조선의 반격 게임 스크린샷)


이후에는 스타크래프트의 영향이라도 받았는지 상/하 UI 배치로 변경되었으며 영웅 유닛도 추가가 된 임진록2+를 하게 되었다. 그래픽도 당시 국산 게임 치고는 수준급에, 각 진영별 밸런스도 상당히 훌륭했다. 뭐, 영웅에게 장착시킬 수 있는 아이템빨이 컸다는게 문제긴 할지도 모르겠다만. 배틀넷과 비슷한 네트워크도 존재했지만 이를 플레이 한 적은 없고, 오로지 커스텀 모드로 AI와 대전 해본게 전부였다. 영웅이 추가가 된 임진록2 이후부터는 랜덤하게 등장하는 상인으로부터 영웅에게 착용 가능한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었고, 대표적인 아이템으로는 이름도 간지나고 성능도 간지나는 '폭마혈도' 되시겠다. 역시 임진록2 에서도 천재지변의 요소가 존재했고, 전작에 비해 조금 더 발전하여 얕은 수심의 유닛은 수장된다는 것과 같이 조금 더 확대되었다.



(이미지 설명 : 폭마혈도 사용시의 이펙트. 장난아닌 공격력에 범위가 진짜...)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 비슷한 게임을 찍어내다가 결국엔 망한 안타까운 회사. 



4. 원작을 알지 못했던 비운의 게임, 은하영웅전설 5(98년~99년)


(이미지 설명 : 은하영웅전설 애니메이션판, 전탄발사 장면)


PC를 처음 구입한 98년. 이 즈음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구입한 게임은 '은하영웅전설 5' 였다. 동명의 일본 SF 소설인 '은하영웅전설'을 모티브로 한 게임으로, 영어를 몰랐던 어린시절의 나는 '은하영웅전설 V'를 보고 5편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이후 PC 게임 잡지에서 '은하영웅전설 4'를 번들로 출시하면서 이게 5번째 시리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미지 설명 : 은하영웅전설7 의 일제사격 제국군 함대의 모습)


지금 생각해도 난이도가 상당했던 이 게임은 RTS 장르라기보다는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에 더욱 가까웠다. 마우스 클릭을 통해 함대의 진로를 결정하고, 엿차 했다가는 적에게 함대의 측면을 노출한 채 턴이 끝나 장렬히 산화하는 내 함대를 구경할 수도 있었다. 다른 시리즈를 해본 적은 없었지만, 이 시리즈를 하면서 아마도 SF 매니아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모든 함대가 소유한 미사일을 발사하는 '전탄발사' 공격과 '일격집중' 으로 명명된 화려한 레이저 빔 공격이 내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미지 설명 : 은하영웅전설7의 행성무기, 이제르론 요새의 토르해머 발사모습. 지금보니 스타워즈의 데스스타가 떠오르는데..)


내 가치관의 형성에도 크게 기여했는데, 이 게임의 BGM은 모두 클래식으로 이루어져있었다는 점이다. 그 유명한 라벨의 볼레로를 알게 되었다는 점 등이 이후에 클래식을 알아듣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후, 친구로 인해서 원작소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중학교 2학년 때. 이후 책이라면 마다하지 않았던 나였기에 책을 구하려고 수소문하였으나 결국 구하지 못했다. 지금와서 완전번역판이 출시가 다시 되었지만, 가격이 워낙 안드로메다로 넘어가기에 선뜻 지갑열기가 쉽지는 않다.

여담으로, 블로그에 첨부할 이미지를 검색해보니 은영전5의 스크린샷은 대부분 존재하지 않고 그나마 최근에 나온 은영전7의 스크린샷만이 보인다. 그리 유명하지 않은 고전게임인 탓이 크려나. 애니메이션판/은영전7 의 전투 애니메이션이 은영전5와 크게 다를바가 없다는 점은 뭔가 추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5. JRPG의 시작, 파랜드 택틱스 1,2,3 (99년~00년)


(이미지 설명 : 파랜드 택틱스 1의 타이틀 이미지)


본격적으로 RPG 덕후로 만들게 된 게임은 다름아닌 '파랜드 택틱스 시리즈'였다. 친구에게서 빌려서 했다가 이후에 '파랜드 택틱스 3'의 정품 패키지를 구입하여 플레이를 했다. 이 게임의 이름에 대해 이유가 참 많았는데, 전혀 다른 게임인 일본의 '파랜드 스토리 8'이 '파랜드 사가'로 국내 출시가 되었고 일본의 '파랜드 사가1,2'가 국내에서 출시될 때 '파랜드 택틱스 1,2'로 출시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파랜드 오딧세이' 시리즈가 국내에서 출시가 될 때, 성공한 네이밍을 따라가기 위해 '파랜드 택틱스 3'로 명명하여 출시가 되었다. 그러니까, 파랜드 택틱스 1,2는 파랜드 택틱스3 이후의 시리즈와 전혀 별개의 게임이라는 것.(어쩐지 스토리가 안이어지더라니... 라고 초등학생때부터 느낌.)

여튼, 당시의 유명했던 게임으로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존재했다. 온통 게임잡지에서는 파판7의 데모버전을 제공해주거나 혹은 공략본을 싣다시피 했으니까. 이후에 '파이널 판타지 7'을 PC로 플레이를 하지만, 엄청난 고사양으로 인해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미지 설명 : 이때부터 였을까요...?)


'파랜드 택틱스 1,2' 는 나에게 상당한 쇼크를 안겨주었던 게임이었다. 첫째로, 마을이나 필드를 제대로 돌아다닐 수 없었으며 둘째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만 했던 나에게는 엄청난 그래픽으로 충격적이었으며 셋째로, 시나리오 자체가 엄청난 충격이었으며 넷째로, 여자 캐릭터들의 누드씬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자유로운 마을을 돌아다니며 NPC에게 말을 걸고 마을의 물건들을 뒤져 숨겨진 아이템을 찾는건 나에게 있어 엄청난 자유도를 안겨주는 것이었으나, 이 게임에서는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하지만 스토리는 정말이지 충격적이었다.



(이미지 설명 : 파랜드 택틱스 1의 게임 이미지)


특히 파랜드 택틱스 1은 마을 이라는 개념도 거의 전무하다시피 전투만 반복되는 수준이었으나 난이도가 그리 높지만은 않았다. 물론 보스전에서는 상당한 턴싸움과 아이템으로 연명하고 힐링 순서등을 염두에 둬야하긴 하지만, 일전에 작성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처럼 지나친 레벨 노가다를 해야한다거나, 논리적 버그가 존재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으니...

파랜드 택틱스 1의 경우에는 마족과 인간의 전쟁으로 인한 스토리를 담고 있었고, 상점의 이용도 크게 제한이 있었다. 두세번 정도 전투를 치뤄야 상점 이용이 가능했었으니까. 그러나 후속작 '파랜드 택틱스 2' 에서는 거의 매 전투 후 마다 상점 이용이 가능하고, 잡다한 이벤트나 상가들을 돌아다닐 수 있게 변경되었다. 물론 게임 후반부에 가면 그딴거 하나 없었지만...



(이미지 설명 : 파랜드 택틱스 2의 타이틀 이미지


파랜드 택틱스 2의 경우에는 마족보다도 천상과의 전투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그리고, 시공간에 의한 패러다임과 이로 인한 충격적인 반전은 그저 어린 시절의 날 벙찌게 하기도 했다. 이후, 나이가 들고나서 플레이를 다시 해 보았는데도 상당해 재미진 게임이었던 것.

이 시리즈의 특징으로는 '발로하는 번역'이 있는데 궁그니르(궁그닐)와 같은.. 알 수 없는 일본식 발음이 플레이어를 매우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_-;



(이미지 설명 : 파랜드 택틱스 3의 타이틀 이미지)


'파랜드 택틱스 3'의 경우에는 위에서 말했듯 '파랜드 택틱스 1,2'와는 전혀 다른 시리즈이다. 단순히 성공한 시리즈이니까 묻어가기 위해서 이러한 네이밍을 지었다고 보면 된다. 심지어 메뉴얼에서조차 '파랜드 택틱스 2의 본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어디' 로 한줄로 표기할 뿐.

그래도 99년에 발매한 게임치고는 상당히 장난아닌게, 지금 봐도 깔끔한 그래픽에 무려 '음성 한글화'를 지원한다. 성우진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허나, '파랜드 택틱스 3'가 폭싹 망했는지, '파랜드 택틱스 4' 부터는 '일본어 음성'을 사용했다는 점이 특징.



(이미지 설명 : 사실 지금 봐도 깔끔한 그래픽은 장점이긴 한다.)


랜덤으로 생성되는 맵이 특징이며, 몬스터 투기장도 존재한다. 파랜드 택틱스 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자 캐릭터 누드씬도 존재한다. 난이도는 어려운 편이 아니며, 특이하게 전직이라는 시스템과 하우징 시스템으로 집을 꾸밀 수 있고 각종 물건들도 들여놓을 수 있다. 대체 내 하우징에 왜 카지노가 들어와야 하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이걸로 돈 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몬스터 투기장에서 아이템 노가다를 하여 비싼 아이템을 구할 수도 있고, 실제로 일정레벨의 아이템보다는 성능이 좋기에 착용에 매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미지 설명 : 그래!! 이거야!! 이래야 파택 답지!!!)


게임 시나리오는 뭐 흔하디 흔한 RPG와 같이 고대 마왕이 부활하고 세상을 멸망.. 이러한 시나리오이다. 전작 취급을 받는 '파랜드 택틱스 1,2' 에 비해서도 볼품없는 시나리오에 꼼수를 통한 끝판왕 공략에 이래저래 많이 허무했고 쳐다도 보지 않게 만든 게임. 이후 '파랜드 택틱스4' 에서는 나름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주긴 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허접한 3D 배경에 우겨넣은 2D 캐릭터가 안쓰러워 플레이를 조금 하다가 바로 때려치게 이르른다.

이후에는 손도 안대는 시리즈.



6. 국산 게임인 줄 몰랐던 일렉트로닉 퍼플(98년~99년)


(이미지 설명 : 퍼플에 감염된 동료를 패는 Min)


이 게임을 알게된 건, 98년 때인 초등학교 5학년. PC 게임 잡지에서 번들로 제공되었던 게임이다. Byte Shock 라는 제작사에서 개발되어진 게임으로 기억한다. 한글화 게임이었고, 나중에 알고보니 국산게임이었다기에 더욱 충격을 받은 게임.

게임은 횡스크롤 액션게임과 흡사하다. 특별한 기술이 있는 건 아니고, 연타공격과 차징공격이 주를 이룬다. 아이템 종류도 몇 종류 안될 정도로 간단한 게임이었고. 깔끔한 도트에 귀여운 캐릭터들. 특별히 어려운 부분 없이 쉬운 게임으로 지금까지 많이 플레이를 해 보았다.


게임의 주 무대는 PC의 내부세상으로 추정(?)되며, 주인공은 Min과 Max. 각기 PC 부품인 CPU를 모티브로 디자인 되어있으며, Max는 파워가 강한 대신 속도가 느리고, Min은 속도가 빠른 대신 파워가 한단계 낮다. 두 캐릭터는 CPU 쿨러가 달려있는지에 대한 여부로 구분이 가능하다.

각 스테이지는 약 8개로 구성이 되어진다. 붉은지대, 기계지대, 쓰레기산, 눈오는 산, 멀티미디어 시티(?)와 같은 특별히 어려운 이름 없이 무난한 이름으로 스테이지가 구성되어져있다. 스테이지는 퍼즐요소가 조금씩 첨가되어있고, 맨 마지막에는 역시 스테이지의 끝판왕으로 구성되어있다.

기억에 남는 적들로는 황색지대 스테이지 보스인 하드디스크, PC의 파워, 프로펠러가 달린 모터, 같은 CPU 출신인 메가트론(맞던가?), 최종보스 오버클럭킹으로 되어있다. 일반적인 적들로는 저항이니 콘덴서니 뭐시기니 등등이 있다. 

퍼즐요소로는 순서대로 버튼을 밟는다거나 하는 수준의, 지극히 정상적인 수준. PC 내부의 모습을 상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정도로 어릴 때 PC에 관심이 많았던 내가 하기에는 정말로 재미있었다. 지금도 간혹 일렉트로닉 퍼플의 BGM이 생각날 정도.



(동영상 설명 : 일렉트로닉 퍼플, 강철지대 플레이 영상)


게임 스토리는 별거 없다. '오버클럭킹'이 '퍼플'(바이러스로 추정)을 만들어 PC부품 친구들을 감염시키고, 주인공은 이 세상을 구한다는 것. 아마 주인공은 오버클럭 킹과 같은 CPU라서 퍼플에 감염이 안되었던것으로 추정된다. 퍼플을 획득하면 약간이나마 체력이 회복되고 일정 수량을 채우면 캐릭터를 조금씩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최종보스인 오버클럭 킹과 싸울 때에, 오버클럭 킹의 체력을 많이 소진시키면 어디선가 퍼플을 가져다가 회복하기도.

숨겨진 요소들도 조금 존재하는데, 이를 통하여 단숨에 최고레벨까지 올릴 수 있다. 나중에는 이걸 패스하고 퍼플 먹는 것으로 대체하여 최고레벨을 올리는데 이게 상당히 귀찮다. -_-; 노가다를 해야 하는 부분이니까 그냥 숨겨진 요소를 찾는 것으로. 여담이지만, 이 숨겨진 요소의 이름에 대해 까먹었는데 다마고치 같은 아이템에 Min/Max와 같은 CPU 캐릭터가 박혀있는 형상이다.



(이미지 설명 : 쓰레기산 스테이지의 모습. 녹이 슬어있고 지저분한 장면이 압권.)


쓰레기산이라는, PC 부품의 폐기용도로 추정되는 곳에는 CPU 귀신이 나타나기도 하고 음산하고 보기만해도 냄새가 날 것 같은 더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런 점에서 백미. 이곳의 보스인 PC 파워는 레이저(?)를 발사하기도 하고, 주요 적으로는 바퀴벌레가 출몰하기도 한다. 나름 PC 내부에 벌레가 꼬이기도한다는 점에서 백미. 그 다음으로 좋아했던 곳은 눈오는 산 스테이지. PC 내부에 어찌하여 눈이 내리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곳의 풍경은 지금까지와 다르게 동화같고 BGM 또한 동화같다. 여튼, 여러모로 재미있게 했던 게임. 지금도 내 PC 한 구석에 파일이 자리잡고 있다. BGM이 안나와서 대박 슬프지만.



7. 건설시뮬레이션의 최강자, 시저3


(이미지 설명 : 시저3 플레이 화면)


건설시뮬레이션 이라는 장르를 이야기하면 제일 먼저 심시티가 떠오를 지 모른다. 심시티 1000, 2000을 거친 심시티 3000. 심시티 3000을 플레이 했었으나, 당시 컴퓨터 사양이 극악을 달리던 때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정품을 구입하지는 않았고, 아마도 PC 게임 잡지 번들로 플레이를 해보지 않았었나 싶다. 대안으로 나온 건 시저3 라는 게임이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첫 플레이는 99년(초6) 아니면 2000년 이었던것으로 안다. 친구네 집에서 친구가 하도 재미지게 플레이를 했었고, 어깨너머로 배운 나도 빌려다가 집에서 플레이했었으니까. 사실 이 게임을 보다 재미있게, 보다 잘 플레이 하기 위해서는 공략이 필수였는데 인터넷 인프라가 제대로 없던 그 시절에 공략이 있을리가. 그저 되는대로 하기 바빳다. 나름 고증은 잘 되어있고 볼거리도 쏠쏠한 게임이다. 98년 게임 치고는 그래픽도 괜찮은 게임이기에, 명작 고전게임 이라는 타이틀이 붙는가보다. 


게임은 고대로마를 배경으로 되어있다. 당시의 건물양식이나 건축양식이 잘 반영이 되어있다. 게임의 난이도는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나, AI의 난이도가 극악이다. 주거지역과 생산지역, 상업지역으로 크게 구분지을 수 있는데 주거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업지역의 상인들이 방문해야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상업지역의 상인들이 길을 따라 걸어가다가 교차로를 만날 경우, 랜덤한 방향으로 이동하기에 수월한 발전이 어려운 편. 편법으로 모든 길을 외길로 만드는 방식이라거나 성문을 이용한 컨트롤 방법이 있긴 한데 이걸 알게 된 건 먼 훗날의 이야기.



(이미지 설명 : 운영을 잘 못하면 이주자가 발생한다.)


한글판이고 미션이 존재하지만 미션을 해보지는 않았다. 그저 건설모드였나 하는 이름으로 자유롭게 토지를 지정하고 플레이하는 방식만을 주구장창 고집했다. 제일 넓은 땅에서, 제일 비옥한 토지에서 그저 수많은 인구와 수많은 건물들을 구경하기 위한 재미로 했다. 지금도 할 게임이 없을 때에는 시간때우기 용으로 플레이 할 정도.



(이미지 설명 : 야만인이 공격할 때의 애니메이션)


자유 건설모드에서는 천재지변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위험도 수준에 따라 야만인 들이 쳐들어오는 시나리오를 체험할 수도 있다. 모든 시나리오 공통으로, 로마제국군이 쳐들어오게 할 수도 있는데 이건 별다른 거 없이 황제의 돈을 장시간 빌린 후 연체하거나 아니면 뭐... 황제가 요구하는 물건을 안주면 된다. -_-; 플레이를 자주 했던 어린 시절에는 군대 운용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도시를 만드는 것에만 목적을 두었지만, 23살이 지났을 무렵에는 도시발전과 군대운용 등을 복합적으로 즐기고 싶어서 나름 높은 난이도에 도전하기도 했다. 심지어 맵에디터도 구해서 극악의 난이도에도 도전했을 정도. 지금까지도 간간히 플레이를 할 정도이니까 정말 재밌게 즐기는 게임이며, 좋아하는 게임 순위에 손꼽히기도 한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한글화가 이루어지기도 했고.

이후 같은 제작사에서 비슷한 장르의 게임을 많이 내놓게 되는데, 파라오 시리즈나 제우스 시리즈가 그러하다. 파라오 시리즈는 피라미드 건설하는게 상당히 재미지다는데,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은 게임.



8. 세계지도를 그릴 수 있게 만들어준, 대항해시대 외전과 대항해시대 4


(이미지 설명 : 이 당시의 코에이 로고)


삼국지5로 유명했던 초등학생 시절. 삼국지 시리즈는 일본의 코에이사에서 만든 게임으로 유명했다. 붉은 로고로 웅장한 음악과 함께 로딩되는 그 이미지는 그 회사의 다른 게임인 대항해시대 시리즈에서도 동일했다. 요사이 찾아보니, 코에이는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을 많이 발매했다고 한다. 내가 작성하는 게임 이야기에서 다루지는 않지만 플레이 했던 다른 시리즈로는 '징기스칸' 시리즈도 있었다. 

여튼, 삼국지5도 자주 했지만 그보다도 더 오랫동안, 최근까지 즐기게 한 게임은 다름아닌 '대항해시대 외전'과 '대항해시대 4'가 되시겠다. 말 그대로 대항해시대를 배경으로 한 본격 항해 게임. 주인공은 '대항해시대 2'의 일부 캐릭터와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항해시대 2를 해보지는 않았다. 물론, 다른 시리즈도 일절 해본 적 없이 오로지 '대항해시대 외전'과 '대항해시대 4(PK 포함)'만 플레이 했다.



(이미지 설명 : 대항해시대 외전 패키지 이미지)

대항해시대 외전에서는 초보자용의 밀란다 베르테, 숙련자용의 살바도르 레이스. 두 캐릭터로 구성되어져있다. 전투가 일절 없기에 초보자용이라고 딱지가 붙었고, 실제로 시나리오 상에서는 함대전이 존재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해적들이 플레이어의 함대를 급습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에 최소한의 무장은 갖추고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물론, 돈을 많이 벌게 되는 후반부에는 해적을 씹어먹는 함대를 구성하는것도 가능.



(이미지 설명 : 심플한 UI가 특징. 사실 대부분 항구내 자동이동이 되어 있어서 마을을 둘러볼 일은 크게 없다.)


대표적인 무역 루트로는 터키의 융단 - 그리스의 골동품. 이걸 몇십분동안 하다보면 게임플레이 내내 쓸 정도의 돈을 쓸어담을 수 있다. 그 전까지는 해적에게 털리지 않게 몸사리면서 10척의 함대를 만드는게 필수. 

모험가에게 알선을 받아 역사상으로 존재하는 유물/유적지/자연/괴물 탐색부터 시작해서, 최종적으로는 역사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물/유적지/자연/괴물 탐색까지 가능하다. 의뢰를 받는 것으로 진행하며, 서브 퀘스트와 같은 방식으로 여기면 편하다. 이를 계속 진행하다보면 작위를 받는것도 가능하다. 게임 시스템을 잘 몰랐던 어릴적에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아슬아슬한 아마존강이나 나일강을 따라들어가 폭풍우도 만나 표류(게임오버)하기도, 원주민의 급습을 받아 선원들을 잃어버리거나. 아니면 식량과 물자, 혹은 각종 질병에 걸려 게임오버가 되기 딱 좋았다. 게임에 익숙한 나이가 되고나서는 웬만해서는 게임오버가 되기 힘든 그러한 게임. 

항구마다 투자를 하여 특산품을 발굴하거나 특별한 배를 특별한 재료로 주문할 수도 있다. 특정 시나리오를 완료하면 가장 센 대포를 구입하는것도 가능. 일부 항구에서는 특별한 시간대에 방문하면 암거래 물품을 파는 아이템숍(게임 속에서 아이템숍이라 표기)도 볼 수 있다. 



(이미지 설명 : 항해는 이러한 방식으로 구성)


아쉬운점이라면, 서양의 항구던, 동양의 항구던 모든 항구의 NPC 일러스트가 모두 똑같다는 점. 항구의 위치에 따라 BGM이 조금씩 변하거나 맵이 조금씩 변하는 거 외에는 동서양 구분이 힘들다고 볼 수 있다. 이 게임을 하던 초/중학교 시절에는 학교 교과서인 '사회과부도'를 컴퓨터 옆에 펼쳐놓으면서 항구 이름을 찾고, 그와 비슷한 위치로 이동하고는 했다. 이걸 하도 반복하다보니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세계지도를 그릴 수 있을 정도.



(이미지 설명 : 대항해시대 4 타이틀 이미지)


같은 제작사에서 출시(99년)한 '대항해시대 4'를 본격적으로 플레이 한 건 중학생 때의 일이다. 3D가 가미된 해상이동 방식이 도저히 적응되지 않았기에 거부감이 들었으나, 이후에는 매우 재미있게 플레이를 한 게임. 전작에 비해 모든면에서 발전했다. 캐릭터들의 일러스트가 지나치게 미화된 게 영 께름찍하긴 하지만 그 외적인 부분으로 함대 구성과 관련하여 즐길거리가 풍부해졌기 때문. 게임 배경의 시기도 전작(대항해시대 외전)보다 약 100년이 흐른 후가 되기에, 탐험과 관련된 요소는 많이 줄어들었고 그때문인지 무역과 관련된 컨텐츠가 무지막지하게 발전했다. 

또한, 대항해시대 외전에서 단점으로 지목된 동서양의 구분이 없는 캐릭터들이 확 달라졌다. 딱 봐도 아프리카 대륙 느낌의 NPC가 서있고, 딱 봐도 동양의 느낌이 나는 NPC가 서있을 정도. 



(이미지 설명 : 대항해시대 4의 항해모습)


이전작에 비해서 사용자 편의성도 대폭 증가되었는데, 전작들에서는 사용조차 시도도 안하는 '자동항해' 요소가 필요레벨 및 편의성 증대로 이젠 필수라고 볼 수 있다. 육분의 정도만 장착해주고 미스트에 올려보내면 알아서 자동항해를 시도하며, 한 번 이상 방문하여 점유율을 1%라도 획득한 항구에는 정해진 루트로 알아서 가준다. 클릭질이 엄청나게 귀찮았던 과거 작품들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한 셈.



(이미지 설명 : 대항해시대 4PK의 함대 구성 화면)


함대가 10척 구성에서 5척 구성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문제될 건 없었다. 각 함대별로 세세하게 함실을 꾸밀 수 있다. 대포를 5함실로 꾸민다거나, 사육실, 오락실, 휴게실, 목재실 등 수많은 컨텐츠가 생겼고 직접 동료 NPC를 배치하여 각종 부과적인 효능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목재실에 동료 NPC를 배치한다면 전투중에 배의 회복속도가 조금 더 빨리 오른다거나, 명중률이 높은 동료 NPC를 배치하면 함대전시에 적의 데미지가 더 빨리 깎인다거나 하는 방식. 그리고 각 함실에 따른 특화 아이템도 존재하며, 이는 모험을 하는 과정에서 구할 수 있게 된다. 아쉬운점이라면, 초보자의 접근성을 지나치게 살린 나머지 게임의 난이도가 대폭 하락하였고 이는 코에이에서 추구하는 '시뮬레이션'과는 동떨어진 RPG 장르가 되었다는 점. 물론, RPG 라고 생각하고 플레이를 하면 나름 괜찮은 게임이 되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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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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